봉숭아 물들어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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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시작.

 

 

 

 

4월 초- 걸칠것없이 와이셔츠 한장만 입어도 좋은 날이었다. 스물아홉에 강남에 이렇게 왔다갔다 바쁘게 다닐지 몰랐는데.. 인생 정말 모르는거 같다고 느꼈다 이날 만화학원에 처음 등록하던 달이었고 수업을 받을수록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늦은나이일텐데 하면서 두렵다가도 배울수록 점차 그런생각들은 이상하리만큼 사그라들었다 몇주를 도형에 명암만 집어넣었다 그리고 어느날 만화적인 눈을 그리라고 하셨을때 믿기지않을정도로 기쁜감정이 들었다 '드디어..' 라는 생각이. 부끄러운 수준이었지만 마음이 너무나 기뻤다 내가 정말 만화를 배우러 왔구나. 시작하려고 하는구나 하고말이다 아무래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실감이 났던거 같다 

 

처음 그린 눈들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정교하게 완벽하게 잘 그리고 싶었다 온갖 눈의 선에 숨까지 조금씩 참으며 집중하던 날같다 힘든줄도 모르고 그려댔고 역시나 너무 처음부터 완성하려듯이 완벽하게 그리려고 하다보니까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고 그런부분에서 지적을 많이 들었다 눈과 눈사이의 비율이라던지, 눈동자의 위치라던지- 러프스케치가 모든 그림에서 첫시작을 차지하고 기본적인 습관은 너무 중요하다고 말이다 

 

처음 그린 코들

 

그리고 몇주뒤엔 또 코를 그리기 시작했다 코도 비율이 있었고 한끝선차이인게 너무나 신기했다 수업을 듣고난뒤 내가 어떻게 그리지? 하다가도 좋은선생님들의 지도에 금방 적응해서 그려내는 내가, 신기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생각보다 괜찮잖아?' 하면서 말이다

 

 

하나씩 시험을 보며 통과를 하는 과정을 거치고 7월이 되어선 입과 치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빠른진도라고 하셨던게 기억이 난다 당시 야간일을 하며 병행하던 학원이었기 때문에 3시간 자고 나가는 학원이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4시간 그리고 오면 눈은 충혈되어있지만 정신은 힘을 얻었다 생각한것보다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성취감은 말도 못하게 나를 물들어갔다

 

몇번 그리다가 드디어 오케이 받은 귀들

 

하나씩 도장깨기식이 되다보니 새삼 모든 만화가분들의 대단함을 느끼고 완벽히 인체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한다고 보통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오래하지 못할 직업이라 느꼈던 나는 나의 예민함이 처음으로 반가웠고 좋아졌다 늘 버거워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걸 만화쪽으로 예민함을 잘 쓸까 고민하는 날들이 많아질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시선이 마주하는 곳마다 세심하게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라던지 동물들이라던지 사물이라던지 풍경같은것들말이다 원래도 호기심이 많은 나지만 이젠 그걸 만화를 그릴때 참고하고 사용하고싶고 욕심이 생겼다 사람 선에 굉장히 예민했던 편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좋은예민함인지 처음 알았다

 

다시한번 설레게 했던 수업

 

러프스케치의 지적은 매번 듣지만.. 집중을 할수록 손에 힘이 쎄지고 잘 그리고싶은맘에 앞서나갔다 그래서 였을까? 경직되어있는 나만큼이나 그림도 그래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경직되어있었다 이땐 욕심에 경직되어 있었다는걸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은 정말다행히도 선생님들이 어떤걸 말씀하셨는지 알거같네사실 나루토를 보고 너무 설렜다.. 만화가가 된 기분에 혼자 들뜬감정으로 그렸다 (바보) 이 다음에 제일 어렵고 오래 걸리는 손으로 넘어가서 두달을 손만 그리느라 바빠서 잠시 설레는 감정을 잊고 바쁘게 지냈지만 이렇게 내 그림의 단계별로 정리하고 과정속에서 느꼈던 마음들도 정리하고 다시 느껴보니 감회가 새롭다 손과 발 단계는 사진들이 많고 느낀감정도 많아서 오늘은 딱 이만큼만 적어야지. 내 만화가 예쁘게 물들어가고 있는거라면 좋겠다